조계종법난기념관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10.27법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간단하게 사건내용과 그간의 경과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0.27법난은 전두환 신군부가 자신들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개혁성향의 월주스님을 끌어내리기 위해, 1980년 10.27 새벽을 시작으로 3만여명의 군경병력을 동원하여 전국 5,731곳의 사찰과 암자를 수색하고 그 와중에 수백명의 승려를 연행하여 감금 구타했으며, 위력으로 주요직위에 있던 승려들을 강제 사퇴시킨 사건입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스님들은 고문을 당하고 삼청교육대로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봄에 광주를 붉게 물들였던 신군부가 그 연장선상에서 가을에는 스님들의 비명과 절규로 전국의 산하를 가득채운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62회 – 45계획, 10.27법난의 진실)

이후 민주화운동의 흐름속에서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고, 이런 노력들이 계속되면서 참여정부에 들어서서 국가차원에서 진상규명에 나서고, 10.27법난관련법이 만들어져 피해자명예회복과 이에 대한 보상이 가능해졌습니다.

문제는 10.27법난사건과 조계종법난기념관사업의 현실은 상당히 간극이 크다는 점입니다.
몇 가지 문제들을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념관건립에는 국비 1,500억원, 시비 5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초에 참여정부당시 주무부처였던 국방부는 5.18과 비교할 때 피해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을 감안하여 100억이 넘는 수준의 지원금액을 책정했었습니다. 하지만 주무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로 바뀌면서 이 금액이 15배로 증가합니다. 기념관건립비용을 배상금으로 환산하면 5.18피해자 1인배상액의 30배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KDI에서도 사업규모의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냈고, 한국납세자연맹도 정치적 밀월을 상정하지 않고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정부안은 강원도 낙산사에 역사교육관을 건립하는 것이었습니다만, 조계종의 지속적인 요구에 법난기념관을 서울의 중심부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일대에 건설하기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가 엄청나게 증가하게 됩니다.

( 시사저널 2016.12.01. 혈세 1500억투입 법난기념관논란 “애초 계획부터 잘못됐다” )

둘째. 10.27법난이 불교계전반에 걸쳐 전국적으로 벌어진 사건임을 감안할 때 조계종의 조계사부지에 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느냐의 문제제기는 계속 있어왔습니다.
더군다나 이사업이 진행되면서 애초의 목적과는 괴리된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어, 조계사는 이 사업을 “10.27법난에 대한 보편적 역사교육의 장”이 아닌,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불사사업“이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대로라면 엄청난 국고를 투입한 사업이 특정종파의 치적을 홍보하는 장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정부가 국고지원하는 시설은 일반국민들의 문화적 수요를 채우는 보편적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정종파에 치우친 국고지원은 종교편향과 종교갈등만을 불러오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낳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예산처에서도 종교문화시설건립사업은 폐지하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습니다.

(뉴스타파 2017.12.22. ‘조계종성역화’로 전락한 10.27 법난기념사업)

셋째. 원래 법난기념사업의 주무부처는 국방부였습니다.
애초에 이 사건의 취지를 봤을 때 당연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주무부서가 문화체육관광부로 변경되고 사업의 성격도 “과거사규명”이 아닌 “불교달래기”로 변모하게 되며 사업규모도 44배나 폭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조윤선 문체부 전장관과 김종 전차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종 차관이 문체부로 발령받은 후 사업주무부처가 문광부로 이관되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해당부지에 김종 차관의 친인척의 투자정황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법난기념관사업마저도 국정농단세력에 의해 주물러진 셈입니다.

(천지일보 2017.05.08. 국정농단‘김종’ 1500억 법난사업 책임자였다.)

넷째. 현재 해당사업은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토지매입비의 문제입니다.
조계종과 토지소유주들간의 협상가격차이가 큰 것도 문제이지만, 정부예산 1,500억중에서 700억이상이 사유지 매입에 투입될 상황입니다. 민간보조사업에는 국가가 토지매입을 하지 않는 것이 법적 원칙인데 정부가 이 원칙을 어기고 탈법적으로 예산을 운용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사업부지가 확보된 상태에서 보조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보조금관련법의 규정도 어긴 상황입니다. 이런식으로 국고보조사업에 토지매입비를 지원하게 되면 토지매도인의 의사에 따라 국고보조사업이 계속 끌려다니는 상황이 초래되는건 당연한 상황입니다. 이에 종교투명성센터는 감사원에 해당사업전반에 대한 감사청구를 낸 상황입니다.

(불교포커스 2018.01.11. 조계종총본산성역화 토지매입비지원 국민감사청구)


지난 4월 문재인대통령은 10.27법난사건과 관련하여 불교계에 공식사과를 표하며, 피해보상등의 후속조치를 약속했습니다. 사건 발행 후 38년만에 현직 대통령의 사과를 받고 불교계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서 적폐청산의 촛불속에 들어선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뜻을 불교계가 제대로 이해한다면, 지금이라도 조계종은 변질된 사업계획을 원상복귀시켜야 할 것이며, 아울러 정부와 서울시도 이 계획에 투입된 잘못된 국고투입을 취소하고 10.27법난사건의 교훈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계획을 새로 수립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10.27법난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애썼던 수많은 선배들의 뜻을 이어받는 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